나는 또 태어났고 너는 태어나지 않았어 그래서 너는 여전히 가능했어
눈을 감았더니 전부가 보였어 지금 내가 참여하는 전부엔 네가 없었어 나는 전부에 너를 그려 넣으려다 관두고 그냥 다른 전부로 옮겨 다녔어
너는 아무도 살지 않은 생이었어 너는 이야기에서 한참 벗어난 꿈에 있었어 너를 여기로 불러오려면 조금도 간절해서는 안 됐어 나는 혼과 영을 겹쳐놓고 조용히 떨었어 연기하는 관객으로 온 연극처럼 너를 관망했어 음식을 시키듯 네가 나오는 세계를 주문했어 너는 끈적한 발을 끌면서 왔어
가까이서 본 너는 이미 완결되어 있었어 가까이서 본 나는 이제 몇 장 남지 않은 생이었어 영원한 사랑은 앞으로 걸어 뒤로 가야 했어 전생들이 수렴진화하고 있었어 분명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이 더 있었어 그들을 기억해내려고 아무것도 상상하지 말아야 했어
아, 한 때 나는 숨이었어 바람처럼 불고 유령처럼 안 보였어
으, 한 때 나는 천 년이었어 너무 많이 거룩해서 불타지 않았어
어, 한 때 나는 식물이었어 미래의 방향을 속으로 결정했어
이제 기억났어 한 때 나는 신의 상상이었어 아무리 확대해도 내가 계속 나왔어
최초의 전생이 기억났어 그 때 나는 마지막이었어 그래 맞아 나는 전생에 영원한 너였어
*사랑 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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