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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이별

너를 잔뜩 토한 다음에 숙취 후 물을 마시듯 이별을 게걸스럽게 마셔치운다
침을 질질 흘리며
사랑과 비사랑 사이에서 필요한 만큼만 물을 줄 수는 없습니까
치사량 미만으로
네게 편지하지 않으려고 우체통을 피해 다녔다 네가 내게 점멸한다 병처럼 옮는다
거절할 수 없다
접지가 되지 않아 소음이 멈추질 않고 마음이 따가워
그동안 자른 손톱을 잘 모아두었어 길이는 7분 45초
네가 잘못 왔으면 좋겠어 세제칸에 비치된 통조림처럼
왕자는 나무를 솎아 사랑을 했지만 난 뭘 솎을 자신이 없다
약을 안쳐서 분열적인 채소들
뿌리내릴 흙 없는 밭
소문자만 쓰는 버릇이 생겼어 글씨가 끝없이 작아졌고
이제는 뭘 써도 보이지가 않아
작아진다는 건 사라지는 거구나
장마가 길어서 분열적인 채소들이 모두 썩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