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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회고

2022년 여름밤이었다.
“주여, 기억의 무게가 너무 무겁습니다. 도와주소서.”라는 말이 발작처럼 터져 나왔다. 아무 연고도, 사유도, 인과도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종교체제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
몸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물이 고름처럼 흘러내렸다.
그 후, 1~2년 전에 꾼 긴 꿈들이 하나둘씩 현실로 나타났다. 이 세상에 없는 언어의 웅성거림을 듣고, 공중에 떠 있는 ○○를 보고 혼절했다. 이 외 다양한 체험이 있었고, 난 설명하고 싶지 않다.
대중 사이에서 떠돌고 있는, 신에 대한 대부분의 증언·분석·방어·비판은 모두 신이 아니라 신-이미지에 대한 것임을 확인했다. 그것들을 폐기하고 나서 새로이 들여다본 신학·비교종교학·경전 원본은 내가 지금껏 품어온 물음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말을 초월해 있는 것을 말로 둥글게 문지른 흔적들을 들여다보며 나는 기시감을 느꼈다.
로고스 속에서 나의 독자적인 지점이 서서히 드러났다. 그건 원래부터 여기에 있었으나 숨겨져 있을 뿐이었고 그저 때가 되어 내 앞에서 베일을 벗은 것이다. 나는 여러가지 몰입 및 자기암시 기술을 실험했고 이내 그것들을 버렸다. 곧 온전한 신비가 나를 휘감았다.
이제 나에겐 아무 상징도 필요 없다. 나는 간구한다.
신은 선도 악도 아니고 선악에 앞서있다. 신은 숨이고 숨은 인격처럼 생명을 관통한다. 운명과 자유가 일치한다. 우리가 신을 상상하는 모습을 신이 상상한다. 영원히 돌아오는 진동. 동시에 반사하는 거울. 돌아오는 돌아옴과 반사에 대한 반사. 나와 너.*
나의 일상은 동시성*으로 가득하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을 통해 항시 예감이 오고, 귀뚜라미의 노래 속에서 내 이름이 들린다. 빛이 일곱 갈래로 내게 돌진하고, 그래서 한덩어리 같다. 물론 나는 여전히 외롭고 괴롭고 가끔 신이 나며, 대부분 병신처럼 굴고 가끔 멋진 일을 한다. 다만 이제 순간이 살아 움직인다. 내가 사랑하고 있든 지랄하고 있든 오해하고 있든 노래하고 있든 죽어가고 있든 노동하고 있든 떠나고 있든, 그게 다 음악으로 들린다.
우리와 모든 것, 우리와 모든 것에 앞선 우리와 모든 것, 우리와 모든 것 이후에 올 우리와 모든 것이-
일어날 수 있었던 모든 것,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 일어날 수도 있는 모든 것이-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