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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관광

반세기에 한 번씩
무덤으로 갈 수 있었다
관망하다가
응모하고
딴청을 했다
나는 두 번째로 당첨되었다
버스를 놓치고
가까스로 숙명을 타고
잘못된 곳에 내렸다
우산은 없었다
사랑에 대해 조금 생각하다가
다른 행사에 먼저 갔다가
너무 일찍 와서 못 들어갔다
그때까지 나는 불손하지 않았다
그리고 굉음
과 함께 빛이 쏘아졌다
누가 자꾸 뒤를 돌아보았고
옆으로 비키라고 했다
어두웠다
빛은 숲이었다가
고속도로였다가
신호등이었다가
얼굴이었다가
눈이었다가
눈물이었다가
해였다가
달이었다가
황야였다가
절벽이었다가
세포였다가
지층이었다가
땅이었다가
하늘이었다가
끝이었다
굉음이 멎자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내가 자리에서 나오자
내가 거기 있었다
꽉 차고 외로워
나는 결국엔 불손해졌다
돌아오다가
터널에서
빛나버렸다